Good bye, halcyon days...

휴직

휴직

지난달 중순, 휴직이 끝났다.
회사로 복귀한 그 주에 바로 해외로 출장을 다녀왔다가 이제야 휴직에 대한 글을 정리한다.


고민이 많았다. 휴직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나, 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벌이인 우리 가정이 한 달의 수입을 포기해도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첫 번째 고민이었고, 회사로 돌아갔을 때 이전과 같이 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두 번째 고민이었다.

그럼에도 휴직은 필요했다. 현재 회사로의 이직 만 3년이 다 채워져 간다. 이직은 곧 주말부부를 의미했다. 거기다가 잦은 해외 출장과 주말 근무로, 주 단위가 아닌 월 단위로 겨우겨우 얼굴을 비추는 삶이 반복되었다. 이직 후 태어난 셋째 아이와의 관계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서먹서먹했다.

세 아이 육아를 혼자서 도맡아 하는 아내의 사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잘 지내고 있다'라는 아내의 말이 아팠다.


같은 공간에 같이 있어도, 같은 활동을 하는 시간이 있어야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내는 등산을 가자고 했다. 그 전부터 아빠와 등산을 가고 싶으니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동네 뒷산을 산책한다는 첫째 아이의 말이 기억났다. 낮으로는 뒷산을 오르고, 저녁으로는 마을을 한 바퀴 배회하면서 산책을 즐겼다.

금오산, 주왕산, 마이산 등으로 주말에 등산을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산의 경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와 함께 나들이를 다녀오는 것이 중요했다. 아이들의 얼굴이 참 밝아 보였다. 많은 것들을 잃어가면서 지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규모의 작은 놀이동산이 아닌 큰 놀이동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행선지의 결정은, 첫째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여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졸업여행을 에버랜드로 다녀온 후, 둘째 아이에게 졸업여행 중 구경했던 것들과 즐겼던 탈것들에 대해 자랑했다. 자연스레 에버랜드가 다음 여행지가 되었다.

오전에는 주로 구경거리를 찾아 다니고, 오후에는 놀이기구를, 저녁에는 퍼레이드 구경을. 이전보다 훨씬 신난 아이들의 모습들을 많이 보았다.


어머니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 올해 초부터 6개월마다 병원 검사를 받고 의사의 소견을 매번 들어야 했다. 휴직 기간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어머니의 정기 검진을 받는 날짜가 휴직 기간 끝자락에 포함되었다.

병원에 가면 어머니는 언제나 긴장을 하신다. 검사결과가 좋지 못하면 언제라도 심장 수술이 진행된다. 너무나 큰 수술이다 보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아직은 괜찮다는 의사의 이야기를 듣고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백화점을 들러서 함께 쇼핑하고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어머니가 평생 영화관을 다녀오신 횟수가 아직 손가락으로 충분히 헤아릴 수 있을 만큼 뿐이다. 그래서 다녀오고 싶었다. 물론 아내님의 강력한 추천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얼굴을 뵈었더니 긴장감이 많이 풀리신 것 같았다. 그리고 나이 드신 모습이 보였다. 어머니는 언제나 젊어 보였다. 그랬었는데......


그 밖에도 올해 김장에 참여하기도 하고, 첫째와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재롱잔치에도 참여했고, 올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묘소에 다녀왔다.


휴직하는 것에 동의하고 함께 시간을 보낸 아내에게 많이 감사하다. 아내가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인정하여 주었기 때문에 휴직할 수 있었다.

3년 치 휴가를 다 다녀온 듯한 기분이지만 휴직 기간이 끝나고 보니, 여전히 집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아내 옆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e.riny

e.riny

I know what I know no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