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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단지 회사원일 뿐입니다. #1

저도 단지 회사원일 뿐입니다. #1

아래의 내용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는 것이므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완전히 잘못된 생각일 수도 있다. 다만 이 시점에서의 개인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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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무엇입니까?'

아버지의 직업을 물었을 때, 아버지께서 회사에 다니실 때는 '회사원입니다.'라고 답했다. 나도 회사에 다닌다. 그런 내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Software Engineer'입니다. 라고 답변했다. 아버지께서 회사에 다니실 때 어떠한 일을 하시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직업을 직군으로 답변드린 적이 없다. 단지 아버지의 직업은 '회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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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이나 적성에 따라서 하는 일[1]을 말하고 당연히 회사에 다니는 일도 직업이 되니 '회사원'도 직업으로 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버지의 직업을 '회사원'으로 답변한 것은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볼 것이 똑같이 회사에 다녀도 아버지가 회사 임원이었던 아이는 아버지의 직책이나 직위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유명회사에 다니시는 경우에는 회사 이름이 직책이나 직위 앞에 따라붙었다. 예를 들어 'OO 기업 전무'와 같은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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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직업이 부끄러웠나?

10대, 20대의 내게 아버지는 가장 닮고 싶은 분이었다[2]. 존경하는 사람을 말해보라고 하면 고민 없이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회사에 다니시는 동안, 아버지에 대한 직업의 물음에 대해 답변이 '회사원'에서 다른 것으로 바뀐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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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왜 다니는 가?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 질문과 비슷한 질문을 회사 입사 면접 시에도 경험한다.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멋진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답변하면서 속으로 같은 생각을 외치고 있을 수도 있다. '돈 벌려고 다니려는 거지'. 맞다. 삶에 필요한 필수불가결한 조건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3]. 내 경우도 같다. 생활을 위한 돈벌이를 목적으로 회사에 다닌다. 회사에 다니면서 자아를 죽이고 다닐 수 없으므로 자아를 드러내며 성찰과 자기발전을 도모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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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직군으로 불리기를 원하나?

회사원으로 불리기가 싫은 것이다. 구별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직군과 차이가 있음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단지 돈만을 위해서 회사에 다닌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4]. 돈만을 위해서 다닌다면 너무 서글플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직업을 '회사원'으로 대답할 때 아버지가 나 자신이 아니니 구별될 필요를 스스로 느끼지 못했다. 반대로 아버지가 회사의 임원이었던 아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아버지와 구별되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본다.

내 직업은 특별하여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 같다. Software Engineer들이 대게 자부심을 뛰어넘어 직군 자체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는데, 나도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물론 지금은 다른 마음이 자리 잡기 시작했지만, 이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해서 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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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으로 불릴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약 10년의 세월 동안 Software Engineer로 살아오면서 특별하게 구별될 필요를 더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남편으로, 세 아이의 아빠로 '돈벌이'를 위해 회사에 다니는 행위가 다른 이와 구별될 필요도 없으며, 오히려 남편으로 아빠로 살아가고 있음은 같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으로 불릴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회사 생활에 만족할 수 있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5]. 내게 있어 '돈벌이'라는 목적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개인을 위함이 아닌 가족을 위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빌어 아내와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구별되지 않아도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Main Image Ref. : https://pixabay.com/en/application-business-collaboration-3426397/


  1. http://krdic.naver.com/detail.nhn?docid=35937200 , 능력/적성과 관계없을 수도 있다. ↩︎

  2. 아버지를 여전히 존경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시면서 달라져 가시는 아버지를 뵐 때마다 놀라곤 한다. 그래서 가장 닮고 싶은 분에서 '가장'이라는 단어가 이따금 빠지곤 한다. ↩︎

  3. 물론 집에 충분히 돈이 많아서 취미 생활하듯이 회사에 다닐 수도 있으며,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서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가 대다수는 아니지 않을까? ↩︎

  4. 이 글 전체를 기록하는 동안 이 대목에서 손이 매우 자연스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기록되었다. ↩︎

  5. 회사원에게 회사에 대한 불만이 없을 수 있을까? 만족스러운 회사가 얼마나 있을 까? ↩︎



e.r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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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know what I know nothing.